4. A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아, 그녀를 처음 만난건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이였다. 다른 스탭들한테 오늘의 촬영분의 나눠주며 바쁘게 인사하던 여름의 아침이였다.
A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다른 스탭들한테 꼬박꼬박 인사를 하던, 내 기억속의 A는 항상 밝았다.
현장은 항상 급박하게 돌아갔다.
항상 사전에 약속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사소한 트러블이 생겼다. A는 그 안에서도 항상 웃고 있었다.
그래, 그때 그 사람 성격 되게 급했었지.
언제나 그사람에게 혼나는건 A였다.
항상 웃는 상이라 더 혼났을 지도 모른다.
이까지 생각이 미치자, 기가 죽어있던 A의 모습이 떠올라, 실소가 흘러나왔다.
"왜 웃어?"
A 역시 웃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아니 커피가 너무 진해서"
"그래도 너가 일본에 있어서 너무 좋다"
커피에 프림만 넣은 A가 커피를 휘저으면 말했다.
아, 기억났다 A와 나.
아마 지방에 무인도에서 촬영을 하는 날이였을 것이다.
배 위에서의 씬이라 더욱더 조심을 했어야 하는 상황이였고, 그 사이에 배 위를 다니던 A가 배에서 내리려 육지쪽으로 점프를 하려고 할 때, 풀썩 하고 A가 넘어졌다.
부끄러워서인지, 왜 인지 모르겠지만 A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스태프가 A를 부축해서 일으키자 A의 바지에서 갑자기 피가 터져나왔다. 그래 흘렸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양이였다. 피가 터져나왔다는게 맞는 말이겠다. 곧 하얀 그녀의 신발은 빨갛게 물 들어갔고 금새 바닥은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그때 참 아수라장이였지. 부축을 받으며 사라진 A는 그날 촬영이 끝날 때까지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내가 그날 A의 모습을 본 것은 숙소로 돌아가서 복도를 지날 때 였다.
다리에 붕대를 감은 A.
그 앞에 소리 지르며 화를 내는 사람.
다친 그녀가 속상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었겠지. 큰 소리가 나는 걸 그냥 그대로 지나쳐서 방으로 향했다.
"있잖아. 일본오기 전에 인사하러 사무실 갔거든"
"응"
"우리 만났던 작품에서 나엄청 혼내던 그 언니 기억나?"
"응 기억해, 누나 잘 지낸대?"
"그 언니 이번에 조명팀에 퍼스트 오빠랑 결혼한대 "
"아 둘이 사겼었어?"
"웅 그렇대."
"아... "
그래서 A는 그렇게 많이 혼이 났었구나.
생각이 미치자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A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A는 언제까지 웃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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